전체 글48 영화에서 만나는 이색 직업의 세계 — 최근 한국영화로 보는 ‘일’의 다른 얼굴 직업은 영화의 배경이 아니라, 때로는 이야기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엔진입니다. 최근 2~3년 사이 스크린을 달군 한국영화 속에서는 무당·풍수사·해녀·가짜 퇴마사·우주비행사·사건 설계자 같은 독특한 직업들이 장르를 가로지르며 활약합니다.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스릴·휴먼드라마·풍자를 관통하는 공통의 질문—우리는 왜 이 일을 하고, 어디까지가 직업윤리인가—가 또렷해집니다.1. 파묘 — 무당·풍수사·장의사가 꾸리는 ‘사후 서비스’의 프로토콜밤마다 이상 징조에 시달리는 집. 의뢰를 받은 이는 경찰도 의사도 아닌, 굿을 집전하는 무당입니다. 이들은 먼저 ‘사건의 원인’을 가늠한 뒤, 풍수사를 불러 묘의 자리를 진단하고, 장의사와 함께 이장 작업의 절차를 짭니다. 굿거리의 북소리와 지관의 나침반.. 2025. 10. 17.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한국영화 음악 — 장면과 선율이 만나는 순간 어떤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멜로디가 먼저 떠오릅니다. 몇 음으로 된 짧은 동기가 다시 마음을 두드리고, 장면과 대사, 인물의 표정까지 선명해지죠. 한국영화의 음악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남을까요? 아래 다섯 편(보너스 한 편 포함)의 이야기와 함께, 영화 내용과 음악이 만나는 지점을 천천히 짚어봅니다.1. 복수의 왈츠 —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사설 감금에 갇혀 있던 오대수는 어느 날 풀려나고, “5일 안에 날 찾아라”라는 잔혹한 게임에 던져집니다. 이 플롯을 관통하는 정서는 ‘비극적 유희’입니다. 현악이 월광처럼 번지고, 왈츠 박이 무심하게 회전할수록 관객은 오대수의 뒤틀린 시간과 감정을 몸으로 감지합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화려한 선율보다 박자와 음색의 대비로 장면을 각인합니다. 느린 .. 2025. 10. 17. 한국 흥행영화 속 ‘물건’들이 만든 장면의 기억 — 소품·그림·연출장치로 읽는 명장면 영화에서 한 장면이 오래 남는 이유는 때로 인물이나 대사보다 ‘물건’에 있습니다. 손에 쥔 소품, 벽에 걸린 그림, 배우의 동선을 결정한 세트와 장치까지. 스크린 속 물건은 서사의 톤을 바꾸고,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며, 관객의 기억에 물리적 무게를 더합니다.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 다섯 편을 골라, 장면과 함께 그 물건들의 역할을 따라가 봅니다.1) 〈기생충〉 — ‘수석’과 설계된 집, 욕망의 무게를 들다처음엔 행운의 징표처럼 등장한 돌 하나.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매끈한 표면엔 욕망과 불안이 응축됩니다. 돌은 집 안 어딘가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의미가 달라지고, 계단과 비밀공간을 오르내리는 인물의 움직임과 함께 장면의 긴장을 증폭시키죠. 이 영화가 설계한 집은 하나의 거대한 장치입니다. 햇빛의 각도.. 2025. 10. 16. 한국 멜로 흥행작의 달달한 장면들, 그 촬영지를 따라 걷다 영화 속 가장 달달한 순간은 단지 배우의 표정이나 대사로만 남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머무른 공간, 빛이 스쳐 간 거리, 바람이 흔들던 바다의 결까지 모두 기억의 일부가 되죠. 역대 흥행을 이끈 한국 멜로영화 몇 편을 따라, 장면의 설렘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촬영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스크린 속 사랑이 머물렀던 곳입니다.1) 《건축학개론》 — 제주 바닷길 끝, “첫사랑의 집”푸른 바다와 나무 향이 섞인 공기 속에서, 첫사랑의 기억은 건축 도면처럼 조용히 되살아납니다. 영화 속 승민과 서연이 함께 꿈꾸던 바닷가 집은 실제로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해안에 자리한 작은 카페 ‘서연의 집’으로 남아 있습니다. 통유리창 너머로 밀려오는 파도와 데크의 흰 의자, 그리고 현관 앞 이름.. 2025. 10. 16. 명대사로 보는 한국영화: 한 문장이 남기는 시간의 결 한국영화의 명대사는 단순한 대사가 아니다. 한 문장이 시대를 비추고, 인물의 내면을 꿰뚫으며, 관객의 감정까지 움직인다. 스크린 속 문장들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 언어로 스며들었는지, 대표적인 다섯 편의 영화를 통해 살펴본다.1) “라면 먹을래요?” — 일상의 말이 사랑의 신호가 될 때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2001)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건네는 “라면 먹을래요?”는 한국 멜로 영화사에 남은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낯 뜨거운 고백이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사랑의 모든 단계가 함축되어 있다 — 주저함, 호기심, 그리고 미묘한 설렘. ‘라면’이라는 단어가 주는 구체적인 현실감과, ‘먹을래요?’라는 정중한 어미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거리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관객은 이 장면에서 ‘사랑의 시작.. 2025. 10. 16. 2025년, 영화 투자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나 — OTT 시대의 수익성과 흥행 공식 재편 극장만으로 흥행을 증명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투자자는 ‘콘텐츠의 생애가치(LTV)’를 계산한다.1. 극장 중심에서 ‘콘텐츠 생애 수익(LTV)’ 중심으로2025년의 영화 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은 훨씬 멀리 향한다. 과거엔 개봉 첫 주의 관객 수와 손익분기점 도달 여부가 작품의 성패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 생애주기 전체에서 얼마를 벌 수 있느냐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즉, 영화 한 편이 단순히 ‘상영되는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투자 구조는 ‘극장 → PVOD(유료 디지털) → EST(다운로드 판매) → SVOD(스트리밍) → 방송/항공 → IP 확장(리메이크·게임·웹툰·굿즈)’로 이어지는 다층적 수익 곡선으로 바뀌었다. 극장 개봉은 여전히 홍보의 .. 2025. 10. 16.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