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 시간을 다시 배우는 법
영화는 본질적으로 시간을 재구성하는 예술이다. 필름의 컷과 컷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에 흐르는 간격을 편집이 다시 배열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가고 미래를 먼저 엿보며, 어떤 날은 서로 평행한 우주들을 동시에 체험한다. 이 글은 시공간을 핵심 장치로 사용하는 여섯 편을 통해 “시간이 바뀌면 사랑과 책임, 기억과 정체성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묻는다. 거대한 우주와 작은 부엌, 전장과 도심, 과학과 일상의 경계가 흔들릴 때, 주인공들의 선택은 우리 삶의 리듬을 조용히 바꿔 놓는다.1. 우주의 시계가 느려질 때 — 인터스텔라와 테넷인터스텔라는 지구의 미래가 사막처럼 말라붙은 시대, 전직 파일럿 조셉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딸 머피(어린 시절 맥켄지 포이, 성인 제시카 채스테인)와 작별하고 미지의 웜..
2025. 11. 9.
사회적 약자를 비추는 영화들—연대의 감각을 복원하는 스크린
영화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말로 포착하기 어려운 타인의 하루를 우리의 감각으로 옮겨 놓을 때다. 복지 사각지대, 난민·이주, 장애와 질병, 불안정 노동과 주거 불안정—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이들의 삶은 통계 너머에서 매일 지속된다. 이 글은 그 삶을 다룬 대표 작품들을 엮어, 인물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배우가 부여한 호흡을 통해 “연대”라는 단어의 온도를 되살려 보려는 시도다. 누군가는 절차 앞에서 좌절하고, 누군가는 국경과 언어의 벽에 부딪히며, 또 누군가는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기까지 긴 시간을 건너간다. 하지만 스크린 속 이들은 피해의 얼굴로만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선택하고 배우며 서로의 손을 잡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함이 아니라 관계, 결핍이 아니라 존엄이다.1. 제도의 문 앞에서—〈아이, ..
2025.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