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 학교, 숨은 세계, 혈통과 선택, 그리고 ‘운명을 함께하는 친구들’. 해리포터가 건드린 감정의 줄기를 한국 OTT와 글로벌 작품에서 다시 만난다. 각 작품은 배우·주인공 정보와 함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정확한 한 줄을 곁들였다.
1. 마법 생물학의 따뜻한 확장 — 판타스틱 비스트와 신비한 동물사전 (2016)
해리포터의 같은 세계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프리퀄.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지팡이보다 가방과 공감으로 문제를 푼다. 그가 위험 앞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듯 내뱉는 말,
“My philosophy is that worrying means you suffer twice.”
는 해리포터 팬에게 익숙한 ‘선택의 윤리’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마법 생물과의 교감, 무지와 편견의 폭력을 비틀어 보는 시선은 호그와트의 수업과 연결된다. 뉴트·티나(캐서린 워터스턴)·퀴니(앨리슨 수돌)·제이콥(댄 포글러)이 만들 ‘수평 팀’의 온기가 핵심.
해리포터식 집단(寮) 소속감이 혈통 경쟁으로 흐르지 않게, 이 시리즈는 ‘돌봄의 기술’을 세계관의 규칙으로 끌어올린다. “불안은 두 번의 고통”이라는 뉴트의 태도는, 위협을 정확히 관찰하는 냉정과 상처를 껴안는 온정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증거다.
2. 문을 통과한 뒤의 성장담 —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2005)
옷장 뒤의 세계에서 피터(윌리엄 모즐리), 수잔(안나 팝플웰), 에드먼드(스칸더 케인스), 루시(조지 헨리)는 왕과 여왕이 된다. 아슬란의 말,
“Once a king or queen of Narnia, always a king or queen of Narnia.”
는 ‘선택이 신분을 만든다’는 규칙을 못 박는다. 해리포터 팬이 사랑한 ‘우리만 아는 세계’의 짜릿함과, 그 세계에서 배운 책임이 현실로 이어지는 감각이 정확히 겹친다.
나니아는 예언·혈통·시험이 중요한 세계이지만, 마지막에 남는 건 여전히 선택이다. 아슬란의 침묵과 사자의 숨, 하얀 마녀(티尔다 스윈튼)의 유혹은 ‘옳음’을 감정이 아니라 훈련으로 보여 준다. 그 훈련의 결과가 “For Narnia!”의 돌진이다.
3. 한국형 비밀 세계의 결 — 도깨비 (tvN, 2016–2017)
김신(공유)과 저승사자(이동욱), 지은탁(김고은)이 공유하는 서울의 ‘겹침’은 호그와트와 머글 세계의 경계를 떠올리게 한다. 비밀 세계의 규칙은 엄격하고, 사랑과 우정은 그 규칙을 통과하며 깊어진다. 김신이 서늘한 바람 속에서 조심스레 꺼내는 고백,
“오늘 날이 좀 적당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계속 눈부셔서 하는 말인데…”
는 해리포터의 ‘수호 마법(패트로누스)’처럼 사랑이 현실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깨비의 세계는 주문 대신 계약과 기억의 언어로 움직인다. 죽음과 생의 중간지대를 관리하는 저승사자의 관료제, 수호의 약속으로 이어지는 인연의 회로—이 모든 장치는 ‘보이는 세계 뒤의 규칙’을 깨끗하게 세운다. 한국적 정서의 멜랑콜리가 해리포터식 우정의 온기와 자연스레 맞물린다.
4. 반신(半神)의 기숙학교 — Percy Jackson and the Olympians (Disney+, 2023– )
시작부터 주인공의 시선이 직설적이다.
“Look, I didn't want to be a half-blood.”
퍼시 잭슨(워커 스코벨)은 신화가 현실인 미국에서 ‘캠프 하프블러드’라는 기숙·수련 시스템을 통과한다. 해리포터 팬에게 익숙한 ‘분류와 시험’이 그리스 신화의 퀘스트로 바뀌어 돌아온다. 앤애버스(리아 제프리스), 그로버(아리안 심하다리)의 삼인조 구도 역시 “해리-론-헤르미온느”의 호흡을 다른 색으로 변주한다.
혈통의 장점이 ‘특권’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이 시리즈는 약점·결핍·두려움을 미션 설계에 적극 반영한다. 신과 인간의 ‘두 세계 규칙’을 배울수록, 퍼시는 ‘내가 누구의 아들이냐’보다 ‘나는 무엇을 선택하느냐’를 묻는다. 해리포터 팬이 사랑한 주제다.
5. 교실에 숨어 있는 요정·괴담 세계 — 보건교사 안은영 (Netflix, 2020)
학교를 떠도는 젤리(보이지 않는 욕망·감정의 잔여)를 보는 능력을 지닌 안은영(정유미)과, ‘정기’로 봉인을 거는 한문 교사 홍인표(남주혁)의 듀오는 한국식 ‘비밀 학교’ 판타지의 정수다. 마법 주문 대신 젤리를 쓸고 봉인하는 실무, 싸움 대신 돌봄과 정화의 루틴—세계의 균열을 ‘청소’로 바꾸는 발상이 독특하다.
이 작품의 매력은 “교실=위험의 경계”라는 공식에 현실적인 위생·안전 감각을 더한다는 점. 학생들의 상처와 소문이 ‘젤리’로 시각화되면서, 해리포터의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이 한국 교실의 질서로 치환된다. 안은영과 홍인표가 함께 규칙을 세우는 방식은, 덤블도어-맥고나걸의 ‘신뢰 기반 운영’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