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공부 열심히 해라", "착하게 살아라"라는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50년을 살아오면서, 그리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가는 지금, 정말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돈이나 집, 학벌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은 가치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평생을 좌우하는 진짜 유산이라는 것을요. 제가 살아오면서 배운 것들, 때로는 힘든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들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큰 목소리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때, 엄마가 했던 이야기들이 작은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1.진정성과 정직함 - 가장 아름다운 힘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가치는 '진정성'입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어요. 저 역시 젊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살았습니다. 남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려고 애쓰다 보니 정작 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어요.
그러다 30대 중반쯤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완벽해 보이려고 애쓰던 동료가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을, 반대로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선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목격했거든요. 그때부터 저도 조금씩 가면을 벗고 진짜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해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정직하자"고요. 실수했을 때 변명하지 말고 인정하는 것,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아는 척하지 않는 것,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몸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큰아들에게는 "네가 실수를 해도 엄마에게는 솔직하게 말해줘. 거짓말로 덮으려 하지 말고"라고 늘 이야기합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아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숨기지 않고 털어놓더라고요. 그런 신뢰 관계 자체가 제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작은아들에게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너보다 오늘의 네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줍니다. SNS에서 보는 완벽한 모습들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가면 된다는 것을요.
2.감사함과 겸손함 - 행복의 비밀
두 번째로 물려주고 싶은 것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작은 것에도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단순히 예의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사는 핵심 열쇠라고 생각해요.
제가 몸이 많이 아팠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전까지는 건강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었죠. 함께 밥을 먹는 것, 별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 이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겸손함도 함께 가르치려고 노력해요. 성공했을 때 자만하지 않고, 실패했을 때 남 탓하지 않는 것.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좋은 환경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 이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요.
큰아들이 취업에 성공했을 때도 "네 실력도 있지만 운도 좋았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더욱 겸손하게 일에 임하고, 동료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가더라고요.
3.용기와 회복력 -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
세 번째는 '용기'와 '회복력'입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닥치기 마련이에요. 그럴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이것은 무작정 강해지라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받아들이되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 지혜를 말하는 거예요.
저 역시 살면서 크고 작은 시련들을 겪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일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이것도 지나갈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저를 더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아이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야", "넘어지는 것보다 넘어진 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해"라고요.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갖는 것이에요. 안전한 길만 선택하다 보면 진정한 성장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물론 무모한 도전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생각한 후에는 용기를 갖고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큰아들이 처음 회사에 다닐 때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해준 말은 "엄마도 처음 일할 때 실수 많이 했어. 하지만 그 실수들이 나를 성장시켜줬지. 너도 충분히 해낼 수 있어"였습니다. 그 격려가 아들에게 힘이 되어 결국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4.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 - 삶의 가장 큰 축복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랑하는 능력'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연인이나 가족을 사랑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자신도 소중히 여기고, 더 나아가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남을 미워하거나 원망하며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상처받을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감정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고,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미움은 결국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자신의 장점을 알고 인정하되, 단점도 미워하지 않고 개선해나가려는 마음. 완벽하지 않은 자신도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늘 말해주는 것이 있어요. "너희들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해. 무엇을 성취해서가 아니라 너희가 너희이기 때문에 사랑받는 거야"라고요. 이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한 아이들이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물려주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사정과 이야기가 있다는 것,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이해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이런 가치관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저는 먼저 제가 그런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제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부모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배운 것들이 아이들의 인생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언젠가 아이들이 저보다 더 지혜롭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서,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더 좋은 가치관을 물려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성공이 아닐까요? 그런 날을 꿈꾸며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