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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았던 엄마, 그래도 괜찮았던 이유

by bombitai 2025. 9. 20.

 

엄마와 아이가 함께 놀이하는 모습

1.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때

첫 아이를 품에 안았던 그 순간, 마음속에 다짐했어요.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될 거야.” 육아서를 읽고, 발달단계에 따라 잘 성장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이유식은 꼭 직접 만들어 먹이겠다고 벼르던 시절이었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놀이를 하고, 아이의 모든 표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어요. 밤새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눈이 퀭해진 채로 이유식을 태우고, 예쁘게 차려입혀 놓은 옷에 토를 해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히기 일쑤였거든요. 다른 엄마들은 모두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이렇게 서툴고 힘든 것 같아서 자책하기도 했어요.

그때는 몰랐어요. 완벽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기준인지,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는 것이 오히려 아이와 나 자신에게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 말이에요.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엄마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2.실수 투성이였던 나의 육아 여정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실수를 했어요.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첫째에게 질투심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며 무리하게 공평함을 유지하려다가 오히려 첫째를 더 서운하게 만들기도 했고, 아이가 떼를 쓸 때 참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완벽한 엄마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이었죠.

특히 기억나는 것은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 자꾸 비교하게 됐던 때예요. “동생도 혼자 자는데 형이 되서 무섭다고 하면 되겠니?” 라는 말을 무심코 했다가, 첫째 아이의 마음에 정말 큰 상처를 준 적도 있었어요. 그때는 몰랐거든요. 무서움을 느끼는 나이가 따로 있다는 걸요. 또 어떤 날은 아이가 “엄마, 이거 봐봐” 하며 그림을 가져와도 설거지나 빨래에 정신이 팔려서 대충 “응, 예쁘네” 하고 넘어가 버렸어요. 나중에 아이가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며 ‘아, 내가 또 놓쳤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도 많았어요. “주말에 놀이공원 가자”고 해놓고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서 못 가게 되거나, “다음에 꼭 사줄게” 했던 장난감을 까먹고 지나쳐버리거나.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보며 ‘좋은 엄마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자책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작은 실수들이 아이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적당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는 것도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도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웠을지도 모르고요.

3.불완전함이 선물해준 소중한 것들

세월이 흐르면서 깨달은 건, 제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와 더 진솔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실수했을 때 아이에게 솔직하게 “엄마도 잘못했네,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었고, 그런 모습을 통해 아이들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법을 배웠어요. 만약 제가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여줬다면, 아이들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또한 제가 모든 것을 다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때로는 제가 바빠서 놀아주지 못할 때 아이들끼리 놀이를 만들어내거나, 간단한 요리를 스스로 해먹는 모습을 보며 놀랐거든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이 바로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는 것이겠구나 싶었어요.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아이들이 제 불완전한 모습까지도 사랑해준다는 것이었어요. 때로는 요리가 엉망이 되어도, 함께 만들던 블럭을 제대로 조립하지 못해 완성품이 이상하게 생겨도 “그래도 우리 엄마가 최고야”라고 말해주는 아이들을 보며 완벽함이 사랑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4.이제야 알게 된 진짜 좋은 엄마의 의미

50대가 되어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 돌아보니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했던 그 시절의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괜찮다, 네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완벽한 돌봄이 아니라 꾸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진심 어린 반응이었던 것 같거든요.

좋은 엄마란 실수하지 않는 엄마가 아니라, 실수했을 때 아이와 함께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엄마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배워가는 엄마.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엄마가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엄마 말이에요.

지금 제 아이들을 보면 정말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완벽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있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도 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었거든요. 이것이 바로 제가 불완전한 엄마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육아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젊은 엄마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완벽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보다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여러분도 지금 충분히 좋은 엄마예요.

“완벽함은 사랑의 조건이 아니다. 사랑은 불완전함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