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해야지!"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빨리 일어나", "빨리 씻어", "빨리 먹어"... 하루 종일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만 살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집안일 하고, 시장 보고, 저녁 준비하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늘 투덜거리면서도 멈출 줄 모르고 달려왔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왜 이렇게 급하게 살고 있지? 어디를 그렇게 빨리 가려고 하는 거지?'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 집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느려졌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느린 리듬이 주는 평온함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늦었나 싶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바쁨에 중독되어 살았던 시간들
돌이켜보면 저는 정말 '바쁨에 중독된' 삶을 살았어요.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처리하면서 늘 쫓기듯 지냈죠. 친구들과도 "너무 바빠 죽겠어"라는 말부터 꺼냈고요. 바쁘게 사는 게 성실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엄마, 이것 좀 봐"라고 말할 때 "나중에"라고 했던 순간들, 남편이 대화를 시도할 때 대충 넘겼던 기억들이 떠올라요. 그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죠.
2.느린 삶으로의 전환점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침이 여유로워졌고, 저는 조금씩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커피를 천천히 우리며 새소리를 들었을 때 깨달았죠.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았는지.'
그날부터 의식적으로 느리게 살기 시작했어요. 급할 게 없으면 천천히 걸어보고, 요리도 서두르지 않고, 가족과 대화할 때는 온전히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3.느린 일상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움들
- 아침 시간의 고요함. 커피를 천천히 우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시작하는 하루는 특별합니다.
- 요리하는 시간의 즐거움. 야채를 천천히 썰고 맛을 음미하며 요리하는 과정이 명상 같아요.
- 산책 속의 발견들. 천천히 걷다 보니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 가족과의 깊은 대화. 온전히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누니 아이들과 남편이 더 많은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4.느림이 주는 깊이와 의미
느리게 살면서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작은 순간들을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하며, 내 마음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5.빠른 세상 속에서 느리게 사는 지혜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지만, 모든 걸 빨리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을 구분하고, '빨리'보다 '제대로'를 선택하며,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배웠습니다.
느리게 산다는 건 게으른 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에요. 지금 이 글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마음을 담아 쓰고 있습니다.
50대에 깨달은 건,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거예요. 주변 풍경을 즐기며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그게 바로 느리게 사는 삶의 아름다움이에요.
오늘 단 10분이라도 느리게 살아보세요. 서두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천천히 느껴보세요. 그 10분이 하루를, 하루가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