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회복 시리즈
"여보, 차 한 잔 더 할래요?"
남편이 퇴직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런 작은 말들을 주고받는 횟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침에 "조심히 다녀와"라고 인사하면 저녁까지 각자의 일상을 살다가 만났는데, 이제는 하루 종일 함께 있으니 자연스럽게 대화도 많아지고 서로를 챙기는 일도 늘어났어요.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어요. 20여 년간 익숙했던 패턴이 바뀌니까 서로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 시절의 뜨거운 사랑과는 다르지만, 지금은 더 깊고 편안한 무언가가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치 좋은 와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듯, 우리의 사랑도 세월과 함께 무르익고 있었던 거예요.
1.젊은 날의 사랑, 그리고 지금의 사랑
결혼 초기에는 작은 일에도 서운해하고, 오해도 많았고, 격하게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의 표정만 봐도 기분을 알 수 있고, 무슨 말이 필요 없는 순간에도 마음이 전해집니다. "오늘 비 온다니까 우산 챙겨가"라는 말 속에 이미 사랑이 담겨 있음을 서로 알고 있지요.
2.함께 겪은 시간들이 만든 깊이
우리 부부가 함께 지나온 일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아이들 문제, 직장과 부모님의 건강 문제까지... 그 모든 것을 함께 견뎌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었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남편의 퇴직 소식 앞에서도 우리는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그동안 이런 일들도 다 헤쳐왔잖아.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이 믿음이야말로 세월이 준 가장 깊은 사랑의 증거가 아닐까요?
3.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
젊었을 때는 서로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바뀌지 않아도 괜찮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남편의 느린 결정은 신중함으로, 저의 걱정 많은 성격은 세심함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죠. 덕분에 사랑은 훨씬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4.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사랑의 모습들
- 아침마다 서로 인사하기. "잘 잤어?", "오늘은 뭐 할 거야?"라는 평범한 인사가 큰 행복이 됩니다.
- 함께 요리하고 함께 먹기. 요리 과정을 나누고, 결과물을 마주 앉아 즐기는 그 시간 자체가 다정함입니다.
- 서로의 하루에 관심 갖기. 일상의 작은 일들까지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사랑의 표현입니다.
- 조용히 함께 있기. 대화가 없어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합니다.
5.함께 늙어가는 것에 대한 설렘
이제는 정말로 함께 늙어갈 날들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손주들과 함께 웃는 모습, 주름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산책하는 모습... 이런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져요.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걸 알기에, 오히려 더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집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사랑이 식는 게 아니라, 사랑이 더 깊어지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남편을 보면 설레는 순간들이 있고, 그 모든 감정이 모여 지금의 사랑을 만듭니다.
30여 년을 함께한 지금, 우리의 사랑은 더 단단해졌습니다. 앞으로의 시간도 이 사랑을 더욱 진하게 우려낼 거라 믿습니다. 사랑은 나이와 함께 시드는 게 아니라, 세월과 함께 깊어지는 것—우리가 그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