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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둔 큰아들과 며느리 될 사람과의 관계 맺기

by bombitai 2025. 9. 22.

가족 사진

 

큰아들이 "엄마,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라고 말했을 때, 제 마음은 참 복잡했습니다. 기쁘면서도 아쉽고, 설레면서도 걱정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이제 정말 내 아들이 아니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서늘해지기도 했죠. 그리고 곧이어 떠오른 생각은 '며느리와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였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나는 절대 그런 시어머니가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면서도, 막상 현실이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갓 서른 살인 젊은 여성과 50대인 제가 어떤 마음으로 만나야 할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지 정답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요.

1.첫 만남의 떨림과 조심스러움

큰아들이 여자친구를 처음 소개 시켜준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들의 여자친구라는 존재가 이렇게 떨리고 새로울 줄 몰랐어요.

"안녕하세요, 어머님"이라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그 아이를 보며, 저도 모르게 '어머님'이라는 호칭에 움찔했습니다. 아직 며느리도 아닌데 벌써 어머님이라니. 그 순간 이 아이에게 저는 그냥 '남자 친구의 엄마'가 아니라 '미래의 시어머니'로 보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너무 관심을 보이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하면 차갑게 보일까 봐 고민이 많았어요. 아들에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봐"라고 몇 번이나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조심스러움이 오히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에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졌고, 그것이 관계의 좋은 기초가 되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서로 낯설어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부터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2.경계를 존중하며 마음의 문 열기

처음 몇 번의 만남 후, 저는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와 제가 친해지려면 '며느리 될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아들 이야기는 잠시 뒤로하고, 그 아이 자신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니?", "어떤 취미가 있니?"처럼 자연스러운 질문부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점점 그 아이만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성격 등이 하나씩 드러났죠.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호기심이 생겨도 사생활에 대해 깊이 묻지 않았고,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대신 그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그 아이가 먼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어요. 직장에서 있었던 일, 동생 이야기, 내 아들과 함께 지낸 시간 등을 자연스럽게 나누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더 이상 '부담스러운 미래의 시어머니'가 아니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가끔은 제가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젊었을 때의 경험담이나 요즘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의 벽을 허물어갔습니다.

3.시어머니가 아닌 또 다른 어른으로

어느 정도 관계가 쌓인 후, 저는 제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시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굳이 기존의 틀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요.

저는 그 아이에게 '시어머니'이기 전에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필요할 때 따뜻하게 조언해줄 수 있는 인생 선배 같은 존재 말이에요.

그래서 만날 때마다 "결혼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니?", "우리 아들이 잘해주니?" 같은 예상 가능한 질문 대신, 그 아이의 관심사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습니다. 때로는 제가 그 나이였을 때의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들어주기만 하기도 했어요.

4.새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기쁨

처음에는 '며느리'라는 낯선 존재가 우리 가족에 들어온다는 것이 어색하고 걱정되었는데, 지금은 정말 소중한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난다는 기대감이 훨씬 큽니다.

특히 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 함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 우리 아들이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런 관계를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친구들이 "며느리 문제로 걱정 안 되니?"라고 물으면, 저는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우리는 문제가 아니라 축복이야" 라고요. 물론 앞으로도 크고 작은 갈등이나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는 한 충분히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돌이켜보니 며느리와의 관계 맺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려놓기'였습니다. 기존의 시어머니-며느리라는 틀을 내려놓고,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만들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존중'과 '기다림', '이해'를 채워 넣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한다면 충분히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곧 정식으로 며느리가 될 그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가족이 되어주며, 함께 웃고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그리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입니다.